2024. 3. 3. 18:59ㆍ책 읽기 영화보기 등
아마도 처음으로 보게 된 한국 여성작가의 소설인 것 같다만
물론 같이보고 있는 박경리님의 토지도 있다만
다 읽고, 이렇게 느낌을 적어보긴 완연히 처음이라
박완서님의 자서전이라,
제목과는 거의 무관할 것 같아 보인다
1931년생으로, 일제의 전성기인 1943년까지는 완연히 일제의 색깔이 깊이 베어 있는 삶을 사신 것 같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해방이 된지도 긴가 민가하다가,
한국동란이 터져서, 정신없이 살았던
숙부내외는 인민군 및 그 분위기에 의해서 죽고
사실은 의용군으로 끌려간건데, 오빠때문에, 부분적 좌익 경력때문에, 3개월정도 지나서 서울 수복 후에는 그 분위기에서 오빠는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하릴없이, 기약없이 1/4후퇴를 하다가, 뒤쳐진 상태에서
엉겹결에 들어간 현저동 허름한 집에 남아있는 밀가루, 잡곡 등을 훔쳐서 엄마, 오빠 내외 및 조카 둘과 끼니를 이으면서, 오늘은 이집, 내일은 저집 등 아마도 일정한 먹을건 있겠거니 하면서 소설 자화상은 마친다
일제시대의 묘사가 남다른데가 있고, 이런게 진실에 가까운거구나 싶은것 느껴지기도 하고, 한국동란의 정신없음도 또한 와닿는데,
대부분은 일제시대였던 것 같다
당시 세계적인 경제호황 및 성장분위기에서,
일본이란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듬직한 상대를 만나서
한국말이 경시되고 대부분 일본어에 익숙한 문화에서
어떻게 하면 총독부에 취직할 수 있을까, 그게 곧 출세였던 시절
의외로 금융조합은 특별한 빽 없이도 대출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창씨개명도 사람들이 대부분 알아서 나서서 했다는것
이것이 굳이 일제를 편드는 소설 자화상이라고 보여지진 않는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나또한 특별히 어떤 진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진실을 좀더 안다면
지금 현재에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것 같아서 그걸 탐문할 뿐이리라
아마도 정서적 측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자 한다
곧 이어, 1960년대 이후, 1990년대 이후를 다룬 소설을 [도시의 흉년 1, 2] 이거 같은데, 보면서, 끊어졌던 시절의 아마도, 내 부모님 시절의 잃어버린 시절을 정서적으로 일부 복원하고
그리고 내 기준으로도, 정신없었던 1970년대를 일부 복원한다면, 대학 시절 이후는 얼핏 얼핏 당시 분위기가 기억나기에 균형될 것 같다
예전에 박신자님이 우리 성당에 간증하러 오신 적 있었던게 5년~10년 전인데
그 분도 독실한 카톨릭으로 여류문학가로 기억되는데
오늘 글 올리는 박완서님도 독실한 카톨릭으로 누구로부터도 폄훼받지 않을 작가이실 것 같다. 그만큼 이념과 싸구려 정치논쟁에서는 자유로우셔야 할 분이시고
요즘 작가들, 그렇게도 제재가 없는지, 동성애 쓰는 사람들이란 첫인상이 주어진 경험을 돌아보면, 정말 우리 후배작가님들은
- 제재가 극히 빈약하거나
- 아예 소설가의 기반이 거의 없어졌거나
그런 느낌도 든다만, 어쨋든 소설이란 작품은 삶의 경험을 책으로 소화, 승화시킨 것이니만큼, 소중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개성분이셨던 박완서님, 큰 숙부네 동향에 대한 마무리가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남북분단의 아픔, 그 곡절은 우리네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었던 모양이다
나도 어렸을때 아버님이, [삼팔따라지]라는 용어를 쓰셨던게 기억나고, 철도업무에 종사하시다가 월남하셨는데, 남한측 사람중에 고발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자영업, 그것도 막연한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달픈 이야기가 당연히 기억난다
어른들이 월남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
한 친족들이 나뉘어지면서 남과북으로 갈린 이야기도
이런 징한 이야기를 정제된, 세련된 문장으로 읽는 계기도 좋았던 것 같고
다만, 서울 적산가옥들을 좀 눈치빠르고 약삭빠른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취득하던 문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가?
이런 역사의 궤적을 가지다 보니, 한국문화는 아무래도 빽을 찾게 되고
긴 안목의 저축문화보다는 발빠른 이동문화가 더 맞는가 싶은 그런 느낌도 든다
좀더 읽어보자
좀더 복원해 보고, 중간평가, 매듭을 짓고 싶은 생각이다
[출처]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1992|작성자 paulc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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